주니어 테니스 · 경기 보는 법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 경기

아이의 플레이는 듣는 말을 닮습니다

초등학교 복식 시합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12세부 상위권 경기라 기대를 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네 명이 전부 베이스라인에 서서 공을 넘기고만 있었습니다. 테니스판 속어로 넘겨빵입니다. 공격도 없고, 앞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고, 연습 랠리보다 못한 경기였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한 선수가 실수를 해서 점수를 잃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같이 보던 학부모가 혼잣말을 하더군요.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또 무리하네.” 그 선수의 부모였던 모양입니다.

제가 본 경기는 아무도 무리하지 않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의 눈에는 방금 그 공이 무리한 시도로 보인 것이지요. 그 한마디를 듣고, 왜 저 아이들이 저렇게 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가치가 되도록, 누군가 계속 말해준 것입니다.

1. 실수를 줄이면 이기는 건 사실입니다

오해를 피하려고 먼저 적어둡니다. 주니어 경기에서 실수를 줄이면 실제로 이길 확률이 올라갑니다. 어떤 지도자는 초등부라면 더블폴트만 안 해도 8강은 간다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과장이지만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그 나이대 경기에서 점수의 상당수는 내 공격보다는 상대의 실수를 통해서 얻어지니까요.

그래서 “안정적으로”, “무리하지 말고”, “실수만 하지 마”라는 말은 대체로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 한 경기를 이기게 해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말이 한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2. 피드백은 쌓여서 스타일이 됩니다

아이는 자기가 반복해서 듣는 말로 무엇이 잘한 플레이인지를 배웁니다. 지도자의 피드백이 가장 크고, 그다음이 부모의 반응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차에서 나오는 첫마디, 실수했을 때 관중석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 — 아이는 이것을 전부 채점표로 받아들입니다.

위험을 감수한 공이 들어갔을 때는 아무 말이 없고 나갔을 때만 반응이 온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공격을 안 하는 게 이득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1년을 보내면 넘겨빵이 그 아이의 테니스가 됩니다. 누구도 그렇게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3. 실수를 더 많이 한 쪽이 이긴 경기

1편에서 봤던 경기를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누구나 열어볼 수 있는 데모 경기입니다.

  • 이서준 선수 — 위너 34개, 실수 85개
  • 박지호 선수 — 위너 13개, 실수 70개

실수만 놓고 보면 이서준 선수가 열다섯 개나 더 했습니다. “실수가 많다”는 말을 들을 쪽은 분명히 이서준 선수입니다. 그런데 경기를 이긴 쪽도 이서준 선수였습니다(2-1, 6-4 3-6 7-6).

공격적으로 치면 실수도 함께 늘어납니다. 실수는 공격의 대가지, 그 자체로 결함이 아닙니다. 프로 경기도 그렇고 주니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실수 개수만 떼어놓고 보면, 공격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아이가 가장 못한 아이로 보입니다.

4. 어느 쪽이 옳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공격 테니스가 무조건 옳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버티는 힘으로 커나가는 선수도 있고, 그것이 그 아이에게 맞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방향이 부모가 무심코 반복한 말로 정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솔직히 적자면, 저는 제 아이가 공격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 공격에 관한 말을 하게 됩니다. 통계를 볼 때도 실수 개수보다 공격으로 딴 점수가 몇 개인가를 먼저 봅니다. 저에게는 그 한 점이 실수 몇 개보다 값있어 보이니까요. 이것도 하나의 편향입니다. 다만 제가 어느 쪽으로 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큽니다.

5. 데이터가 하는 일

여기서 기록이 하는 역할은 아이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근거를 바꾸는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이렇게 달라집니다.

기억으로 말하면기록으로 말하면
“오늘 실수가 너무 많았어” “실수는 지난번이랑 비슷한데, 공격으로 딴 점수가 6개에서 11개로 늘었어”
“무리하지 마” “공격적인 것은 좋은데 언포스드 에러가 지난 경기에 비해서 많이 늘어났어”
“찬스를 못 살렸어” “브레이크 기회 열 번 중에 세 번을 살렸어. 지난달엔 한 번이었고”

오른쪽 말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입니다. 설득력 — 아이가 반박할 수 없고, 부모의 기분이 아니라 경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측정 가능성 — 다음 경기에 같은 것을 다시 셀 수 있어서, 나아졌는지 아닌지가 이기고 진 것과 별개로 남습니다.

기억은 마지막 몇 포인트에 크게 휘둘립니다. 매치포인트에서 나온 실수 하나가 두 시간짜리 경기 전체의 인상을 정해버립니다. 기록은 그 편향을 걷어냅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줄까

내 아이가 어떤 테니스를 하게 될지는 아직 전부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지도자의 가르침과 부모가 반복하는 말이 함께 만듭니다. 어느 쪽을 원하든, 적어도 무심코 떠내려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네가 먼저 공격해서 딴 점수가 열한 개야. 지난번보다 늘었어.
실수는 그만큼 나오는 거고, 어디서 나왔는지만 같이 보자.”

아이는 자기가 듣는 말을 닮아갑니다. 그 말이 기억이 아니라 기록 위에 서 있으면, 아이도 부모도 같은 것을 보면서 이야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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