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테니스 · 경기 보는 법
우리 아이 경기, 뭘 봐야 할까
점수판이 알려주지 않는 세 가지
경기가 끝나면 아이가 묻습니다. “나 어땠어?”
부모가 기억하는 건 대개 마지막 몇 포인트입니다. 매치포인트에서 나온 실수, 아깝게 놓친 브레이크 기회. 그래서 대답도 비슷해집니다. “잘했어. 근데 실수가 좀 많더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로는 아이가 다음 경기에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아래에서는 한 경기를 예로, 점수판이 알려주지 않는 세 가지를 봅니다. 코트사이드 주니어 오픈 본선 — 중학생 두 선수가 겨룬 228포인트짜리 경기로, 이서준 선수가 박지호 선수를 2-1(6-4, 3-6, 7-6)로 이겼습니다. 누구나 열어볼 수 있는 데모 경기라, 이 글의 숫자는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 이 점수, 누가 만들었나
두 선수가 딴 점수는 118점과 110점. 8점 차이니 접전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점수를 누가 만들었는지 나눠 보면 경기가 달라집니다.
| 이서준 | 박지호 | |
|---|---|---|
| 딴 점수 | 118 | 110 |
| 그중 자기 공격으로 딴 점수 | 48 41% | 25 23% |
| 상대 실수로 얻은 점수 | 70 | 85 |
‘자기 공격으로 딴 점수’는 위너(상대가 손도 못 댄 결정구)와 상대를 몰아붙여 실수를 끌어낸 점수를 합한 것입니다.
이서준 선수는 딴 점수의 41%를 자기가 만들었습니다. 박지호 선수는 23%입니다. 나머지 85점은 기다렸더니 들어온 점수입니다. 점수판만 보면 접전이지만, 내용은 한쪽이 치고 한쪽이 받아낸 경기였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어릴수록 안전하게 넘기기만 해도 이깁니다. 상대가 먼저 실수하니까요. 그래서 수비적으로 버티는 경기 운영 — 흔히 넘겨빵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문볼(moonball)이라 부르는 — 은 어린 나이대에서 꽤 잘 통합니다. 안전하게 넘기면서 상대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실수를 안 하기 시작하는 순간, 딸 점수가 없어집니다.
성장의 핵심은 ‘내가 잘해서 딴 점수’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겼는지 졌는지보다, 이 비율이 지난 경기보다 올랐는지가 더 정직한 신호입니다.
2. 실수 85개는 나쁜 신호일까
같은 경기에서 실수(언포스드 에러)는 이서준 85개, 박지호 70개입니다. 이서준 선수의 실수가 15개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위너는 34개와 13개. 두 배 반 넘게 차이가 납니다.
공격적으로 치는 선수는 실수도 많습니다. 그건 공격의 대가지 결함이 아닙니다. 때려서 끝내는 재미를 알고 그 방향으로 가는 건 좋은 신호입니다. 실수 개수만 세서 “왜 이렇게 실수가 많냐”고 하면, 아이가 배우는 건 “넘기기만 하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그 테니스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유소년 경기에서 위너보다 실수가 훨씬 많은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니 볼 것은 총량이 아니라 어디서, 언제 나왔는가입니다.
- 어떤 샷에서 나왔나 — 특정 샷의 실수가 그 샷으로 딴 점수보다 훨씬 많다면, 무모하게 쓰고 있거나 아직 덜 다듬어진 샷입니다.
- 언제 나왔나 — 평범한 포인트에서 나온 실수와 브레이크 위기에서 나온 실수는 무게가 다릅니다.
3. 서브는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서브 이야기가 나오면 대개 “에이스 몇 개”를 떠올립니다. 어린 선수에게는 별로 쓸모없는 잣대입니다.
이 경기에서 이서준 선수의 에이스는 0개, 서브 포인트는 3개입니다. 서브가 아직 무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경기에서 브레이크 위기 19번 중 14번을 막아냈습니다(73.7%). 서브 게임이 위험할 때 버텨냈다는 뜻입니다.
서브는 위력과 신뢰도가 다릅니다.
- 위력 — 에이스와 서브 포인트. 서브가 공격 무기가 되는 건 보통 중학교 무렵부터입니다. 그전에 위력이 없는 건 흠이 아니라 발달 단계입니다.
- 신뢰도 — 첫 서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더블폴트로 공짜 점수를 얼마나 주는지, 위기에서 버티는지. 지금 볼 것은 이쪽입니다.
이 경기는 중학생 경기입니다. 서브가 슬슬 무기가 되기 시작할 나이인데 에이스가 아직 없다는 건, 위력을 키울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건 시간과 훈련이 해결해 줍니다. 반면 더블폴트는 7개였습니다. 공짜로 주는 점수를 줄이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본 것들 — 자기 공격으로 딴 점수의 비율, 실수가 나온 자리, 브레이크 위기에서의 방어율 — 은 전부 경기를 보면서 세어야 나오는 숫자입니다.
228포인트짜리 경기에서 위너가 34개였는지 13개였는지, 브레이크 위기가 19번이었는지. 기억으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코트 옆에서 아무리 집중해 봐도 남는 건 인상입니다 — “오늘 좀 못했다”, “실수가 많았다” 같은.
포인트마다 한 번씩 눌러 두면 이 숫자들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아이의 “나 어땠어?”에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1세트에 네가 직접 끝낸 포인트가 지난 경기보다 늘었어. 서브 위기도 잘 버텼고.
다음엔 백핸드 실수만 줄여 보자.”
같은 경기를 보고도, 다른 대화가 됩니다.
그리고 이 숫자들은 부모만 보는 게 아닙니다. 아이도 자기 경기를 열어볼 수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혼자만의 시간에 자기 통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기분으로 남은 경기를 숫자로 다시 보는 일입니다. “오늘 왜 졌지?”를 감정으로만 답하면 억울함이나 자책이 남지만, 자기가 직접 끝낸 포인트가 몇 개였는지, 실수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보면 다음에 무엇을 해볼지 스스로 정하게 됩니다.
어른이 “실수 줄여라”라고 말하는 것과, 아이가 자기 통계에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남는 것이 다릅니다.
이 글에 나온 경기를 직접 열어볼 수 있습니다.
포인트 단위로 기록하면 위 통계가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베타 기간이라 모든 기능이 무료입니다.